[잠깐! 이 저자] "사장 돼 보니 점잔빼는 부하는 싫더군요" 생각해봅시다

 
[조선일보] 2009년 08월 08일(토) 오전 03:19   가| 이메일| 프린트



직장 사람들끼리의 식사 자리. 음식이 늦게 나오자 참다못한 상사가 소리쳐 재촉한다. 부하는 조용히 말없이 앉아 있다. 아주 사소한 하나의 장면일 테지만 《생존력》(나무한그루)의 저자 조용상(62)씨는 말한다. "졸병은 졸병다워야 하는데 이렇게 점잖게 미소 짓고 있는 부하는 소리 없이 상사의 뇌리에서 제거되고 있는 겁니다."

이번엔 상사의 질책을 듣는 자리. 부하 직원이 마지못해 "죄송합니다" 한마디 하고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그때부터 상대는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부하의 실책보다 사과하는 태도에 더욱 화가 난다. "깨질 때는 확실하게 승복하고, 질책하는 사람이 죄의식이 안 들도록 터지고 밝은 모습을 보이면 잘못을 저지르고도 오히려 좋은 인상을 남기게 되지요."

조용상씨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것은 종합무역상사·금융회사 등 30여년에 걸친 조직생활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1973년 제일모직 에서 사회생활을 시작, 삼성물산 동경지사장, 삼성생명보험 부사장(재무영업부문 총괄), 삼성투자신탁증권 사장 등을 거쳤다. 기획 및 관리 전문가로서 경향신문사 사장(2003~2006년)을 맡기도 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기업의 부침과 많은 인물들의 성공과 좌절을 지켜보았던 그는 10여년 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생존'이란 화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승진이든 성공이든 일단 조직에서 살아남아야 가능하니까요. 출세했다는 사람들을 많이 접해보니 애초부터 훌륭한 리더십을 갖추거나 성공의 빛이 보였던 게 아니더군요. 아등바등 살다 보니, '이거 아니면 안 된다' 식으로 절박하게 매달리다 보니 거기까지 간 것이지요."

직장과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들을 담은 책을 염두에 두고 50대 중반 이후 틈틈이 자료를 모았다. 느낌 한두 줄씩 적어 놓은 메모만 2000개가량 쌓였다. "골프도 덩치 비슷한 사람에게 배워야 늘듯" 자기계발서도 한국의 조직 문화와 동양적 사고에 바탕을 둔 내용이어야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책에는 원론적인 '구구절절 옳은 말씀'보다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례와 조언들이 많다.

가령, 성공하는 남자들의 옷차림과 관련해 그는 "마누라가 추천하거나 잡지 등에서 얘기하는 옷을 따라 입으면 십중팔구 실패한다"고 말한다. "옷에 관한 한 무난하고 눈에 띄지 않아야 합니다. 옷 잘 입는다는 평을 받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일은 좀 그렇다는 이상한 평도 반드시 같이 따라옵니다." 대신 넥타이로 멋을 내면 된다.

사회인으로서 갖춰야 할 여러 덕목 중에 '친화력'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아래에 있을 때는 윗사람을 잘 만나야 하고 무조건 따르고 잘 배워야 한다. 따지고 비판하고 험담하고, 그것이 습관 되면 버림받는다. 한마디로 "성공은 좋은 성격이 8할"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성격이란? "남 험담할 줄 모르고, 여기저기 끼는 데는 많지만 자기주장을 크게 펴지 않으며, 어느 조직에서도 리더가 되지는 않으나 리더가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일순위이고…."

그는 "아마 삼성그룹 사장단 출신 중에 이런 책(처세서) 낸 사람은 내가 처음일 것"이라며 "성공의 길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유치하고 아주 작은 내용일지라도 늘어놓았다. 내가 못한 것을 적어 놓았기에 '후회서(書)'쯤 되는 책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 회사를 운영 중인 그는 '행복'을 잊지 않도록 당부했다. "바빠서 아무것도 못했다고들 합니다. 바쁘다는 것이 성공을 의미하진 않지요. 인생길을 제대로 맛보고 즐길 수 없다면 무엇 하러 그 고생하며 힘들여 올라가겠습니까?"

건강에 좋은 3가지 ‘나쁜 짓’

 

뉴스위크남자가 한 손에 망치를 쥐고 높이 치켜든다. 그리고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내려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소품 개그지만 잉글랜드 킬 대학의 심리학자 리처드 스티븐스가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리고 선대와 후대의 무수한 남녀가 그랬듯이 마구 욕설을 내뱉었다.

큰 소리로 오랫동안 기분이 풀릴 때까지. 그랬더니 정말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욕설에 어떤 불가사의한 힘이 있지 않은가 궁금증이 생겼다. 아기를 분만하는 기적 같은 순간에 만취한 해병처럼 욕설을 쏟아내는 아내를 보며 그런 호기심이 더욱 커졌다. 그래서 조사해봤더니 욕설을 내뱉으면 정말로 고통을 더 잘 견뎌낼지 모른다는 증거가 나왔다.

7월 뉴로리포트지에 발표한 한 연구에서 그의 연구팀은 그 가설을 실험했다. 피험자에게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에 한 손을 담그고 최대한 오래(또는 최대 10분 동안) 참으면서 욕설을 하거나 테이블을 묘사하는 중립적인 단어를 반복해 말하도록 했다. 욕설과 중립적인 단어를 말할 때의 피험자의 음량과 속도는 비슷하게 유지하도록 했다.

그 뒤 욕을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을 비교해서 피험자가 물속에 손을 담근 채 버티는 시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봤다. 욕을 한 사람들이 버틴 시간은 평균 40초였던 반면 욕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30초 정도에 불과했다. 몇 가지 적절한 ‘단어폭탄’을 잘 선택하면 실제로 고통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증거다.

이런 관측의 생물학적 근거는 아직 불충분하지만 과학자들은 욕설에 감정이 담겨서 공격성을 키우고 통증 내성의 강화와 관련이 있는 공격-도피반응(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는 자율신경계의 움직임)을 유발하지 않는가 추측한다. “고통스러울 때 욕설로 반응해야만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도 있다”고 스티븐스는 말했다.

알고 보니 보완효과가 있는 ‘나쁜’ 행동은 욕설뿐만이 아니다. 그 밖에 실제로는 유익한데도 부당하게 손가락질 받는 세 가지 행동사례를 찾아냈다.

비디오 게임 하기

비디오 게임이 계속 비판받는다. 게임을 하면 성적 저하, 공격적 또는 난폭한 행동, 그리고 아동비만 같은 갖가지 유해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수두룩하다. 여전히 비디오 게임이 우리 곁에 있는데도 말이다. 비디오 게임의 문제점으로 지적 받는 바로 그 요인(대체로 아주 몰두한다는 사실)에 치료를 돕고 운동기능을 향상하는 효과도 있다고 잉글랜드 노팅엄 트렌트 대학 도박학과(정말이다!)의 게임 전문가 마크 그리피스 교수가 말했다.

예컨대 비디오 게임을 하면 건선이나 화학요법의 고통스러운 부작용 같은 각종 통증에 집중된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려 진통제를 덜 쓰게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미 외과학회지(Archives of Surgery)를 보면 또 다른 혜택도 있다. 비디오 게임을 하면 작은 절개구멍에 내시경을 넣어 진행하는 복강경 수술 훈련에도 도움이 된다.

내시경을 이용하려면 손과 눈의 협응(協應)능력 같은 미세 운동기능이 필요하다. 매주 3시간 이상 비디오 게임을 한 경력이 있는 외과의들은 수술훈련 기간 동안 더 나은 성적을 올렸다. 비디오 게임을 전혀 하지 않은 의사들보다 실수가 37% 적었고 27% 더 빨리 과업을 완수했다.

게임에 너무 빠지면 중독되기도 한다는데 얼마나 해야 도가 넘을까? 그리피스에 따르면 상황에 따라 다르다. “단지 많이 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며 비디오 게임을 너무 많이 즐긴 두 성인의 사례조사를 예로 들었다. 그중 한 명은 여자친구나 직장 등 다른 할 일이 생기자 게임 습관을 버렸다.

반면 다른 한 명은 게임 때문에 직장에서 해고 당하고 결혼생활도 파탄에 이르러 말 그대로 패가망신했다.“건강한 열정과 중독 간의 진짜 차이는 열정이 인생에 플러스가 되는 반면 중독은 마이너스가 된다는 점”이라고 그리피스는 말했다.

쑥덕공론하기

뒷담화도 도를 넘으면 상당한 파괴력을 발휘한다. 평판이 나빠지고 비밀이 폭로되고 인간관계가 악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줄 알면서도 우리는 등 뒤에서 남을 흉본다. 안심하시라. 우리 보통사람들은 가십을 좋지 않게 보지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콜로라도 대학(불더)의 심리학자 사라 R 워트에 따르면 가십의 힘은 ‘좋다’ ‘나쁘다’고 흑백논리를 적용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사회적 변수이며 가십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종종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는 증거가 있다. 가십은 사람들이 중요한 정보를 교환하는 수단이다.

사회적 규범을 형성하고 전달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가십이 없다면 사람들이 많은 일을 모르고 지낸다”고 워트는 말했다. 우리는 가십을 통해 교환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의 경험에 근거해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비교를 하고 자신의 능력이나 의견을 평가한다.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심리학자 로이 F 바우마이스터는 가십이 다른 사람의 경험과 불운을 공유하는 수단으로 인생에 플러스가 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준다”는 설명이다. 가십은 사회적 유대를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 “한 무리의 사람이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할 때 공격받기 쉽고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재미있고 흥분된다”고 워트가 설명했다.

“적어도 가십이 진행될 동안, 나아가 그 뒤에도 사람들이 유대감을 느끼도록 한다.” 가십이 유익한지 또는 해로운지는 사실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유대가 강화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더 나빠지기도 한다”고 워트는 말했다.

조금은 불결하게 살기

안타깝게도 이 항목은 주로 어린이들에게 적용된다. 하지만 어렸을 때 진흙을 먹고 난장판을 만들고 더럽게 하고 다녔다면 지금은 다른 동창생들보다 아마 더 건강할 것이다. 항상 하얀 옷을 입고 절대 아이스크림을 옷에 떨어뜨리지 않고 책가방에 손세정제를 넣고 다니던 그 아이보다는 분명 그렇다.

어린이는 유해하든 유익하든 몇몇 특정한 미생물에 노출시켜야 면역체계가 제대로 발달한다고 믿는 과학자가 많다. 아이들이 밖에 나가 뛰어 놀면서 몸을 더럽히도록 놔둬야 옳을지 모른다.

서구문화에서 청결을 강조하는 문화(예컨대 손과 몸을 자주 씻기)가 여러모로 병의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환경 속의 유익한 미생물에 노출되지 않으면 천식과 알레르기 같은 면역질환에 잘 걸리게 될지도 모른다. 미생물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을 가진 개도국에서는 변화가 없는데 선진공업국에서만 그런 질병이 증가하는 이유도 그런 청결문화가 원인일지 모른다고 미시간 대학의 연구팀이 한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미생물 환경에 몸을 노출시켜 면역체계를 강화할 필요는 있지만 감염을 일으키는 병원균의 침입을 막으려면 여전히 위생관리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런던 위생학·열대의학 대학의 샐리 블룸필드 명예교수는 말한다. 하지만 거기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일상생활에서 더러워지는 걸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블룸필드 교수는 말한다.

IAN YARETT 기자 / 번역·차진우


천일염 이곳에 가보고 싶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 태평염전을 찾아가다…저수지·증발지 거쳐 결정지에서 소금꽃 피어
한겨레 고나무 기자 박미향 기자
» 전남 신안의 갯벌은 세계 5대 갯벌 가운데 하나다. 오염되지 않은 갯벌에서 좋은 천일염이 태어난다. 20여일 햇빛을 받은 남해 바닷물은 결정지에서 6시간 넘게 햇빛을 쬐고 소금을 토한다. 소금밭이다.
소금이 없다면 음식도 없다. ‘아주 소중한 것’의 비유로 소금이 성경에 등장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없어 다만 밖에 버리워 사람에게 밝힐 뿐이니라”(<마태복음> 5장13절)고 말할 때, 소금이 아닌 다른 사물로 자신의 뜻을 비유했다면, 설교는 무척 심심했을 것 같다.

다른 현대의 먹을거리와 마찬가지로 소금도 더는 예수 시절의 방식으로 생산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소금은 화학작용을 이용해 바닷물에서 염화나트륨(NaCl)만을 분리해 생산한다. 미네랄 성분이 없고 99%가 염화나트륨으로 구성된 소금이다. 오로지 순수한 짠맛을 낸다. 제조 비용이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기계염(정제염)이다.

»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태평염전

»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태평염전

태양의 부스러기

천일염은 이와 달리 바닷물을 가둬 햇빛으로 증발시켜 소금을 얻는 전통의 방식으로 생산한다. 지난달 30일 낮 12시 전남 신안군 지도읍 지신개 선착장에서 증도로 들어가는 배를 탄 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천일염 염전을 보기 위해서였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된 태평염전이다.

우리나라 천일염의 70%가 전남 신안군에서 생산된다. 조수 간만의 차, 강한 태양, 적당한 바람 등 좋은 염전이 가져야 할 모든 조건을 가졌다. 증도 태평염전은 신안군에서도 가장 큰 염전이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태평염전에 위치한 ㈜섬들채의 정구술 차장이 마중나왔다. “아주 정신없습니다.” 미디어의 현장탐방 요청을 혼자 담당하느라 5분에 한 번씩 휴대전화를 받는다. “식사부터 하시지요.” 염전 직원들이 먹는 구내식당의 반찬에서 묘한 감칠맛이 났다. 김치부터 ‘깡다리’(조기 새끼를 일컫는 사투리)젓갈까지 천일염으로 만들었다고 정 차장은 설명했다. 기계염의 끝맛은 기분 나쁜 쓴맛인 데 반해, 미네랄이 많이 들어간 천일염은 풍부하고 깊은 끝맛을 낸다. 정 차장이 소금장인들은 이를 ‘단맛’이라고 표현한다고 귀띔했다. 당장 염전에서 천일염을 맛보고 싶었다.



30일 오후 2시 기온은 28도다. 그러나 풍속 1.8m/s의 짭짤한 바닷바람 때문인지 시원했다. 염전은 저수지, 증발지, 결정지로 이뤄진다. 저수지에 바닷물을 가두고, 이를 며칠에 걸쳐 햇빛에 증발시켜 소금성분을 높인 뒤, 마지막으로 결정지에서 소금 결정을 얻는다. 7월 증도 앞바다의 평균 염도는 2%다. 20여일 동안 증발지에서 물을 증발한 뒤 25% 농도의 짙은 바닷물이 결정지에 다다른다. 결정지에서 6~9시간 뒤면 소금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30일 신안군의 일조시간은 8.5시간이었다. 하루 8시간이 넘는 남도의 햇빛이 바닷물 속에서 소금을 끄집어낸다. 누군가 포도주를 두고 “액체로 된 태양”이라고 불렀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천일염은 ‘고체로 된 태양’ 혹은 ‘태양의 부스러기’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정구술 차장은 “소금꽃을 피운다”고 표현했다. 이런 작업이 4월 중순부터 10월초까지 계속된다.

»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태평염전

염전 체험장에 끊임없이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증도에는 태평염전, 소금박물관, 염전체험장 외에도 우전 해수욕장과 근처에 리조트 등 관광지가 있다. 정 차장의 천일염 생산 과정과 염전에 대한 설명도 두세 번 반복됐다. 140만 평 규모의 태평염전 대부분은 증발지로 이뤄져 있다. 갯벌에 둑을 만들어 수십 개의 격자모양으로 구획을 나눴다. 가령, 하루 동안 햇빛을 받은 바닷물은 수로를 따라 바로 옆 증발지 칸으로 이동한다. 빈칸에는 저수지에서 새로 퍼온 바닷물을 담는다. 증발지 칸과 칸은 둑으로 나눠져 있고 이동할 때만 수문을 연다. 오후 3시의 결정지에는 벌써 소금꽃이 피기 시작했다. 수심 약 15~20㎝의 소금 농도 짙은 바닷물 위에, 마치 초겨울에 얼음이 서서히 얼듯 소금이 뭉치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담가 만져봤더니 누룽지튀김 같았다. 결정지에 담긴 바닷물은 소금 농도가 25%에 이를 뿐 아니라 마그네슘, 칼슘 등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미끌미끌했다.

천일염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게 토판염이다. 결정지에서 소금 결정을 얻는 효율을 높이고 흰색의 소금을 얻기 위해 바닥에 장판을 깐다. 토판염은 장판을 깔지 않고 갯벌 바닥에서 소금을 긁어모은다. 색이 거무튀튀하고 갯벌의 미네랄 성분도 훨씬 많이 들어 있다. 토판염 결정지 옆에서 무릎을 꿇고 물냄새를 맡았다. 코가 살짝 물에 닿는다. 짭쪼름한 소금냄새 밑으로 해초냄새와 흙냄새가 뚫고 올라왔다. 정구술 차장은 쉴 새 없이 체험장을 방문해 소금에 대해 묻는 관광객들에게 천일염의 우수성을 설명하느라 바쁘다. “소금 조금 먹어봐도 됩니까?” “아, 그럼요. 씹지 마시고 가만히 혀에 올려놓으십시오. 단맛이 느껴지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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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몰이는 누가 할까

오후 4시부터 뙤약볕을 뚫고 6명의 소금장인들이 물 위에 알알이 맺힌 소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칸마다 쌓아올린 소금을 손수레에 싣고 염전 바로 앞에 있는 소금 창고로 옮겼다. 간수가 안 빠진 소금은 기계염만큼 쓰다. 6개월 정도 소금 창고에서 간수가 빠지고 나면 다시 저장 창고로 옮겨져 숙성과정을 거친다. 천혜의 태양과 바람이 있는데 소금장인이 하는 일이 과연 뭘까? 습도를 보고 증발지의 수위를 조절하는 일, 무엇보다 비가 올 때 재빨리 증발지 물을 함수 창고(일종의 바닷물 창고)로 옮기는 ‘비몰이’ 등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소금 맛을 좌우하는 일을 한다고 정 차장이 설명했다. 체계화된 지식보다 경험과 본능이 중요할 것 같았다. 태평염전의 천일염은 햇빛과 바람, 그리고 햇빛과 바람을 닮은 장인들이 만들고 있었다.

증도=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ㆍ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다양한 소금의 종류

⊙ 암염 | 예전에 바다였던 곳이 지각변동에 의해 육지로 변한 뒤 물은 마르고 소금만 남아 돌처럼 굳은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가장 많아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 식용으로 쓴다.

⊙ 천일염 | 바닷물을 햇빛과 바람으로 증발시켜 만든 소금이다. 생산지의 환경과 만드는 방법에 따라 성분과 맛이 다르다. 전세계 소금 생산량의 37%가 오스트레일리아(호주)와 멕시코 등 대규모 천일염 염전에서 만들어진다. 우리나라 갯벌 천일염과 달리 미네랄이 거의 없고 염화나트륨이 98~99%다.

⊙ 재제염 | 천일염을 물에 녹여 한 번 씻어낸 뒤 재결정을 만든 소금으로 꽃소금이라 한다.

⊙ 정제염 | 이온교환수지라는 장치로 바닷물에서 염화나트륨을 분리해 만든다. 일본에서 개발했다. 미네랄이 거의 없어 염화나트륨 함량이 99% 이상이다.

⊙ 호수염 | 바다였던 땅이 호수로 변한 뒤 그 안에 갇힌 바닷물이 증발해 만들어진 소금.

⊙ 함수정염 | 소금기가 녹아 있는 지하수를 증발시켜 만든 소금이다.

⊙ 자염 | 바닷물을 끓여 만든 소금.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행하던 소금 채취법이다.

» 증도에는 볼거리도 많구나
증도에는 볼거리도 많구나

증도의 태평염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염전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 소금박물관: 1945년 태평염전 설립 초기의 석조 소금창고를 박물관으로 바꿨다. 근대문화유산으로 문화재청에 등록됐다. 아담하지만, 자료와 볼거리가 알차다.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061)275-0829.

◎ 염전 체험: 염전을 직접 방문해 둘러보고 천일염을 채취한다. 3월 중순~10월 중순 운영한다. 체험 비용은 어른 3000원, 청소년·어린이 2000원이다. (061)275-0370.

◎ 볼거리: 우전 해수욕장이 유명하다. 근처에 엘도라도 리조트가 있어 여름휴가철에 붐빈다. 문의 신안군청 (061)240-8000.

» 소금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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