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 태평염전을 찾아가다…저수지·증발지 거쳐 결정지에서 소금꽃 피어 | |
![]() | 고나무 기자 박미향 기자 |
다른 현대의 먹을거리와 마찬가지로 소금도 더는 예수 시절의 방식으로 생산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소금은 화학작용을 이용해 바닷물에서 염화나트륨(NaCl)만을 분리해 생산한다. 미네랄 성분이 없고 99%가 염화나트륨으로 구성된 소금이다. 오로지 순수한 짠맛을 낸다. 제조 비용이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기계염(정제염)이다.
태양의 부스러기 천일염은 이와 달리 바닷물을 가둬 햇빛으로 증발시켜 소금을 얻는 전통의 방식으로 생산한다. 지난달 30일 낮 12시 전남 신안군 지도읍 지신개 선착장에서 증도로 들어가는 배를 탄 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천일염 염전을 보기 위해서였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된 태평염전이다. 우리나라 천일염의 70%가 전남 신안군에서 생산된다. 조수 간만의 차, 강한 태양, 적당한 바람 등 좋은 염전이 가져야 할 모든 조건을 가졌다. 증도 태평염전은 신안군에서도 가장 큰 염전이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태평염전에 위치한 ㈜섬들채의 정구술 차장이 마중나왔다. “아주 정신없습니다.” 미디어의 현장탐방 요청을 혼자 담당하느라 5분에 한 번씩 휴대전화를 받는다. “식사부터 하시지요.” 염전 직원들이 먹는 구내식당의 반찬에서 묘한 감칠맛이 났다. 김치부터 ‘깡다리’(조기 새끼를 일컫는 사투리)젓갈까지 천일염으로 만들었다고 정 차장은 설명했다. 기계염의 끝맛은 기분 나쁜 쓴맛인 데 반해, 미네랄이 많이 들어간 천일염은 풍부하고 깊은 끝맛을 낸다. 정 차장이 소금장인들은 이를 ‘단맛’이라고 표현한다고 귀띔했다. 당장 염전에서 천일염을 맛보고 싶었다.
염전 체험장에 끊임없이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증도에는 태평염전, 소금박물관, 염전체험장 외에도 우전 해수욕장과 근처에 리조트 등 관광지가 있다. 정 차장의 천일염 생산 과정과 염전에 대한 설명도 두세 번 반복됐다. 140만 평 규모의 태평염전 대부분은 증발지로 이뤄져 있다. 갯벌에 둑을 만들어 수십 개의 격자모양으로 구획을 나눴다. 가령, 하루 동안 햇빛을 받은 바닷물은 수로를 따라 바로 옆 증발지 칸으로 이동한다. 빈칸에는 저수지에서 새로 퍼온 바닷물을 담는다. 증발지 칸과 칸은 둑으로 나눠져 있고 이동할 때만 수문을 연다. 오후 3시의 결정지에는 벌써 소금꽃이 피기 시작했다. 수심 약 15~20㎝의 소금 농도 짙은 바닷물 위에, 마치 초겨울에 얼음이 서서히 얼듯 소금이 뭉치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담가 만져봤더니 누룽지튀김 같았다. 결정지에 담긴 바닷물은 소금 농도가 25%에 이를 뿐 아니라 마그네슘, 칼슘 등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미끌미끌했다. 천일염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게 토판염이다. 결정지에서 소금 결정을 얻는 효율을 높이고 흰색의 소금을 얻기 위해 바닥에 장판을 깐다. 토판염은 장판을 깔지 않고 갯벌 바닥에서 소금을 긁어모은다. 색이 거무튀튀하고 갯벌의 미네랄 성분도 훨씬 많이 들어 있다. 토판염 결정지 옆에서 무릎을 꿇고 물냄새를 맡았다. 코가 살짝 물에 닿는다. 짭쪼름한 소금냄새 밑으로 해초냄새와 흙냄새가 뚫고 올라왔다. 정구술 차장은 쉴 새 없이 체험장을 방문해 소금에 대해 묻는 관광객들에게 천일염의 우수성을 설명하느라 바쁘다. “소금 조금 먹어봐도 됩니까?” “아, 그럼요. 씹지 마시고 가만히 혀에 올려놓으십시오. 단맛이 느껴지실 겁니다.”
비몰이는 누가 할까 오후 4시부터 뙤약볕을 뚫고 6명의 소금장인들이 물 위에 알알이 맺힌 소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칸마다 쌓아올린 소금을 손수레에 싣고 염전 바로 앞에 있는 소금 창고로 옮겼다. 간수가 안 빠진 소금은 기계염만큼 쓰다. 6개월 정도 소금 창고에서 간수가 빠지고 나면 다시 저장 창고로 옮겨져 숙성과정을 거친다. 천혜의 태양과 바람이 있는데 소금장인이 하는 일이 과연 뭘까? 습도를 보고 증발지의 수위를 조절하는 일, 무엇보다 비가 올 때 재빨리 증발지 물을 함수 창고(일종의 바닷물 창고)로 옮기는 ‘비몰이’ 등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소금 맛을 좌우하는 일을 한다고 정 차장이 설명했다. 체계화된 지식보다 경험과 본능이 중요할 것 같았다. 태평염전의 천일염은 햇빛과 바람, 그리고 햇빛과 바람을 닮은 장인들이 만들고 있었다. 증도=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ㆍ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





최근 덧글